중학교 2학년때인가 친구가 좋다고 들어보라고 빌려준 테이프 넥스트 2집을 계기로 락음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밴드의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태어나서 제일 처음 산 카세트 테이프가 바로 넥스트 2집입니다.
그 앨범 수록곡 중에서 '이중인격자' 라는 곡을 특히 좋아했었는데,
그 친구가 '그러면 이번에는 이걸 한번 들어볼래' 하고 빌려준 테이프가 바로 크래쉬 1집이네요.
처음 크래쉬를 들었을때의 충격은 밴드 이름 만큼이나 정말로 강력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재킷 사진부터 해서 속지에 있는 어두컴컴한 밴드 멤버 사진까지..
그리고 워크맨에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를 눌렀을때 들리던 그 소음들..
"와~~~ 뭐 세상에 이런게 다 있나.
이건 음악이 아니다.
이걸 어떻게 들으라고 하는거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니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이게 진짜 음악이다.
락이라고 하면 이정도는 들어줘야지!!!
처음 들어서는 모르니까 몇번 더 들어봐."
그런데 정말로 신기한게 친구가 빌려준 그 테이프(크래쉬1집)를 몇번 듣다 보니
정말로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하네요.
헤비한 기타 사운드와 함께 머릿속을 쿵쿵 울리는 더블베이스 드럼, 거기에 더해지는 과격한 보컬의 목소리까지
처음 들었을때 분명 소음이라고 생각했던 그 소리들이 음악으로 들렸습니다.
그렇게 메탈이 좋아져서 핫뮤직과 친구들의 추천 앨범등을 찾아서 듣다 보니
판테라, 세풀투라 같은 밴드까지 듣게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에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데쓰메탈이란 음악을 알게되었네요.
제가 듣던 음악들 보다 더 빠르면서 시끄럽고
보컬의 목소리는 과격하다 못해 무슨 동물의 울부짖음을 듣는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음악이 카니발 콥스(Cannibal Corpse)의 Hammer Smashed Face 였네요.
그리고 어느날 음반매장의 메탈코너를 구경하다가 오비추어리의 4집앨범인 'World Demise'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오비추어리에 대해서 아는게 하나도 없었고
크래쉬를 보는 듯한 느낌의 밴드 로고가 정말 멋있어 보여서 그냥 샀네요.
요즘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밴드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음악도 미리 들어볼 수 있는데
그때 당시에는 핫뮤직이나 GMV(지구촌 영상 음악) 같은 음악잡지나 친구들 아니면 음반가게 아저씨의 추천 등으로
밴드를 찾아서 듣곤 했었네요. ㅎㅎ
아무튼 오비추어리 4집을 처음들었을때 음악도 좋았고 강력한 보컬의 목소리가 정말로 멋있게 느껴져서
한동안 매일 듣고 다녔었습니다.
그렇게 오비추어리를 통해서 데쓰메탈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다른 데쓰메탈 밴드의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오비추어리만이 갖고 있는 매력(속도에 집착하기 보다는 사운드나 분위기에 더 집중하는거 같고 누구도 흉내낼 수 있는 보컬리스트 존 타디의 우렁찬 그로울링) 때문에 다른 밴드 보다 오비추어리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Napalm Death'의 'Unfit Earth'(http://youtu.be/BbQ51jjOgBs) 라는 곡이 있는데
이곡에 디어사이드의 글렌 벤튼과 오비추어리의 존 타디가 보컬로 참여를 했습니다.
곡의 중간과 뒷부분에서 글렌 벤튼과 존 타디가 잠깐씩 나오는데
존 타디의 과격한 목소리는 다른 밴드의 음악에서도 멋지게 들리는거 같네요.
오비추어리는 데쓰메탈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플로리다 템파'라는 곳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데쓰메탈 밴드 입니다.
지금까지 정규 앨범 8장, 라이브 앨범 1장, 베스트 앨범 1장을 발표한 고참 밴드로
어느정도 연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한 앨범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맛깔스러운 데쓰메탈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의 초기 명반인 1집부터 4집앨범을 '스콧 번즈'라는 데쓰메탈계의 유명 프로듀서와 함께 '모리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는데 지금 들어도 정말로 멋있는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됩니다.
1, 2집에서는 오비추어리의 모든 앨범중에서 가장 거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내가 오비추어리다!!! 이것이 바로 데쓰메탈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느낌이네요.
3집은 다소 상업적인 느낌이 있는(많이 다듬어진듯한 느낌) 앨범으로
존 타디의 착해진 목소리 덕분에 일반인(?)들도 쉽게 오비추어리를 접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집은 제가 처음들은 오비추어리의 앨범 이면서 제일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데쓰메탈에 있어서 빠른 속도감을 들려주는 '블래스트 비트'는 필수 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 오비추어리 사운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닌가 생각 되네요.
곡 중간중간에 샘플링을 첨가해서 다른 데쓰메탈 밴드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앨범 수록곡 중에서 'Redefine' 이곡이 이 앨범에 실린 곡들중 최고가 아닌가 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라디오를 듣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그루브한 느낌의 드럼사운드로 시작하는데
뒤에 바로 이어지는 헤비한 기타, 베이스 사운드는 정말로 멋지게 한방을 날리는 느낌이 드는거 같네요.
곡 중반에 더블베이스드럼이 시작되고 기타솔로가 이어지는 부분은 언제들어도 정말로 좋은거 같아요. ㅜㅜ
5집 앨범에서는 프로듀서 스콘 번즈, 스튜디오 모리 사운드를 벗어나서 새로운 오비추어리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제이미 로크(Jamie Locke) 라는 하드코어(Hardcore) 전문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을 했는데
vision of disorder, Madball 같은 뉴욕 하드코어 밴드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새롭게 변신한 오비추어리의 사운드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을거 같네요.
이 앨범에서 재미있는 트랙이 있는데 바로 앨범 제일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Bullituary (Remix)' 입니다.
두번째 트랙인 'By The Light' 라는 곡을 'Bullyboys' 라는 하드코어랩 그룹이 리믹스한 곡으로
이들의 쫄깃쫄깃한 랩과 존 타디의 그로울링이 정말로 신나게 들립니다.
'Bullituary~~ Obituboys~~'
라고 외치는 부분이 왜 이렇게 재미있게 들리는지.. ^^;
5집 이후 'Dead' 라는 타이틀의 라이브 음반을 발표하고 'Anthology' 라는 타이틀의 베스트 앨범을 발표한다음
앨범 발표도 없이 한동안 활동을 안하는거 같아서 오비추어리도 이제 끝인가보구나 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6집 앨범 'Frozen In Time' 으로 데쓰메탈계로 당당하게 복귀했습니다.
그들의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 봤을때 파워가 약간은 덜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비추어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그들의 복귀를 정말로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7집 앨범 'Xecutioner's Return' 에서는 다소 느슨한 느낌이었던 전작에 대한 한풀이이자 오비추어리 골수 팬들을 위한 보답으로
예전과 비슷한 사운드를 다시 들려주는거 같네요.
앨범 타이틀에서도 과거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을 물신 풍기는데 'Xecutioner' 는 오비추어리가 오비추어리라는 밴드 이름을 사용하기전에 사용했던 밴드 이름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데쓰메탈 때문에 잠시 한국이 들썩였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락레코드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당시에 카니발 콥스의 라이센스 문제로 공윤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 음반사 직원이 서류를 조작했다는 사건.
그 일로 음반사 직원들이 구속되고 9시 뉴스에도 관련 소식이 나오고 그랬던 적이 있네요.
'데쓰메탈은 악마의 음악이다.
데쓰메탈을 하는 사람 듣는 사람은 모두 악마주의자다.
이런 음악들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인식이 있어서 데쓰메탈을 듣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 견해도 있었던거 같네요.
솔직히 대부분의 데쓰메탈 밴드들의 앨범에는 다소 과격한 제목과 가사, 심하다고 생각되는 재킷사진들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것들이 그렇게 나쁜것들이고 또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음악의 한 장르로 봐주면 좋을거 같은데..
데쓰메탈이란게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악이니 만큼 어느정도 거부감이 있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
아무튼 하드락이나 스래쉬를 듣고 있는데 뭔가가 살짝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오비추어리를 통해서 데스메탈에 한번 도전해 보는건 어떨까요. ^^
최근 발매된 앨범들 중에 'The Complete Roadrunner Collection' 시리즈가 있는데
오비추어리의 앨범도 이 시리즈로 나왔더라구요.
1집부터 6집까지 6장이 수록된 앨범으로 가격대도 나름 착한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이 음반사의 사골 우려먹기용으로 보일 수도 있을거 같은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들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에게는 좋은 앨범일거라고 생각되네요.
참, 오비추어리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Six Feet Under' 라는 밴드의 음악도 한번 들어보세요.
기타리스트 알렌 웨스트(Allen West)와 이전 카니발 콥스의 보컬리스트인 크리스 반즈(Chris Barnes)가 함께한 프로젝트 팀으로
오비추어리의 음악과 비슷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존 타디와 도날드 타디가 함께한 팀인 'Tardy Brothers'의 음악도 같이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오비추어리 홈페이지 : http://www.obituary.cc/index.html
앨범 정보 빼고는 특별히 볼건 없는거 같네요.
다른건 모르겠고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티셔츠가 정말로 멋있는거 같아요.
* Godly Beings
* Deadly Intentions
* Infected
* Chopped In Half
* I'm In Pain
*Sickness
* Redefine
* Splattered
* Threatening Skies
* Bullituary (Remix)
* Insane
* Feel the Pain
* List of Dead